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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링턴 (1995)

어느 겨울 오후, 영국 남부해안가에, 버지니아 울프의 여동생인 바네사(쟈넷 맥티어 분)의 집으로 한 남자가 찾아 온다. 얼핏 보기에도 예민한 감성을 예견케 하는 이 남자는 동성연애자로 알려진 작가 리튼(조나단 프라이스 분)이다. 석양 무렵, 리튼은 창문 너머로 보이쉬한 얼굴 하나를 발견한다. 그 얼굴은 금빛 단발머리 사이로 햇살에 불붙듯 타오르며, 국화같이 푸른 눈을 가진 영낙없는 미소년의 얼굴이다. 그러나 이 얼굴의 주인공은 젊은 여류화가 캐링턴(엠마 톰슨 분)이었으니, 남자를 좋아하는 리틴의 직감도 양성적 매력의 캐링턴 앞에선 잠시 착각을 일으켰던 것이다. 리튼을 만난 후 캐링턴은 동료화가 마크 거틀러(Mark Gertler: 루퍼스 세웰 분)의 청혼도 거절하고, 리튼에게 강렬한 호감과 사랑을 느낀다. 리튼과 캐링턴은 동거하는 것에 서로 동의하고, 그들의 전원 생활을 시작한다. 그곳에 찾아온 첫번째 방문자 랠프 파트리지(Ralph Partridge: 스티븐 웨딩턴 분). 리튼은 이 건강하고 매력적인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한편 캐링턴을 연모하던 랠프는 그녀와 육체관계를 맺게 되는데, 이때부터 이들 3인의 기이한 동거생활은 진행된다. 두 번째 방문자 제럴드 브래넌(사뮤엘 웨스트 분). 시적이고 낭만적인 이 남자도 곧 캐링턴의 연인이 된다. 리튼은 저서 '위대한 빅토리아인'의 출판으로 꽤 유명해지고 큰 저택의 소유자가 된 후에도 또 다른 젊은 남자들의 뒤를 쫓아다닌다. 더 이상 견디기 힘든 허탈감에 빠진 캐링턴은 주변의 전시회 제안도 거부한채 혼자만의 고독한 미술 세계로 침잠해 들어간다. 그들이 처음 만난지 17년 후 리튼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임종 직전에서야 리튼은 20년 가까이 가슴 속에만 간직해 두었던 삶의 동반자, 캐링턴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