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호 (1969)
삼국시대, 신라 진성여왕은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김원랑을 불러 외로움을 호소하며 유혹하고, 원랑의 부인 여화를 도성 밖으로 쫓아내라 명한다. 쫓기던 여화는 산적을 만나 도망치다가 호수에 뛰어든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원랑은 호수에 떠있는 여화를 건져 올린다. 놀랍게도 여화의 몸에는 체온이 남아있다. 여화를 집으로 데려 온 원랑에게 한 노인이 호수의 천년 묵은 여우에 대해 설명하며 여화에게 여우의 혼이 들렸을지도 모른다고 말하지만 원랑은 믿지 않는다. 한편, 잠에서 깬 여화는 귀신에 홀린 듯 집을 나선다. 여화는 산적들을 찾아내 죽이고, 자신의 원을 풀어달라는 천년호의 계시를 듣는다. 원랑과 여화는 동료인 아달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된다. 밤이 되면 여화는 자신도 모르게 여왕의 처소로 침입해 여왕을 죽이려 한다. 날이 밝으면 아무 기억도 못하지만, 여화는 매일 밤 여왕을 위협하러 간다. 원랑은 요물에게서 여왕을 지키려다 자신의 아내에게 여우의 혼이 씌었다는 것을 알게되고, 대사를 찾아가 여화 안의 요물을 없애 달라고 부탁한다. 요물의 정체가 여화라는 것을 알게된 여왕은 여화를 죽이고 원랑을 잡아들이라고 명한다. 아달과 군사들은 여화가 들어있는 절에 불을 지르고, 그 틈을 타 여화에게 다시 여우의 혼이 들린다. 원랑은 도망가는 여화를 뒤쫓고, 날이 밝자 여화는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오지만, 요물로 착각한 원랑의 칼에 죽음을 맞는다. 시간이 흐르고, 처참한 몰골로 여화의 무덤을 찾은 원랑은 왕위에서 쫓겨난 여왕을 만난다. 여왕은 원랑에게 죄를 뉘우치며 용서를 구하지만 원랑은 평생 여화의 혼을 지키겠다고 한다. 한참 뒤, 원랑을 찾아다니던 대사는 여화의 무덤 앞에서 그 모습 그대로 굳어 해골이 되어있는 원랑을 발견한다.